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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7.20 | 조회수 : 8879
제목 : 거대한 짝퉁의 나라 - 중국 | 글쓴이 : 전략홍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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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조 산업의 양면성
중국에서 만연하는 가짜 브랜드나 해적판의 이야기는 익히 들어온 지 오래이다. 과거 중국인들은 소비수준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고가를 자랑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서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DVD 해적판이나 MS사의 소프트웨어와 같은 제품들이다. 이들이 찍어내는 해적판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서구 선진국들의 맹렬한 비판을 받았지만 개발도상에 있던 중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음으로 양으로 많은 역할을 해 내었다. 특히 이들 제품은 가전제품과 컴퓨터제품의 중국 내 내수시장의 호황을 견인해내었다. 저작권과 계약서에 대한 관념이 상대적으로 매우 희박한 중국인들에게 그들의 소비수준에 맞지 않았던 DVD나 소프트웨어의 위조는 어쩌면 당연히 벌어질 사건과도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CD와 DVD로 넘어간 중국의 영상산업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반드시 거쳐야 했던 비디오 시장을 점프해버렸다.
2. 위조문화의 만연과 도덕성 상실
중국은 저작권 개념이 들어간 제품들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했지만 식품산업이나 제약산업과 같이 인체와 직접 관련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호텔에서는 버젓이 가짜 양주는 판매하고 있다. 약 60%의 양주가 가짜라는 통계가 나왔다. 심지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영할인마트인 까르푸에서도 가짜술이 튀어나왔고 공항면세점에서 파는 ‘마오타이주’도 사실 짝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리펑 총리 시절, 지방에서는 ‘펀주’를 마신 수명이 죽는 일도 있었고 올해 5월 광저우에서 또 가짜 고량주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18명이 입원 치료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가짜 술은 포름알데히드를 물에 희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중독자들의 뇌에서는 메틸 알콜의 농도가 정상의 20배까지 검출됐고 대부분 대뇌세포와 시신경세포가 상당히 손상되었다.
3. 예기치 못했던 아동사망으로 옮은 불똥
도덕적 불감증과 짝퉁의 정당성이라는 관념이 결합되면서 중국의 위조 산업은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고 급기야는 그 불똥이 아무런 힘이 없는 아동들의 죽음을 앗아가는 데로 옮아가게 되었다. 올해 5월 중국에서는 가짜 분유를 먹은 12명의 아기들이 숨졌고 6월에는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서 고독성 분유를 먹은 150여명의 어린이들이 독성에 감염되었다. 감염된 어린이들은 대두증과 같은 끔찍한 증상을 보이면서 하루하루를 고통속에서 보내고 있다. 가짜 분유는 전국적인 단위에서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 안후이성과 산둥성 지역의 약 30개 공장에서 1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짝퉁과 위조 제품의 생산이 내가 아닌 남의 생명, 특히 전혀 저항력이 없는 아동을 상대로 이토록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이루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은 눈부신 현대 중국의 발전에 드리워진 깊은 수렁을 뜻한다. 황금만능주의, 저작권 불감증, 짝퉁의 암묵적 합의 등으로 점철된 사회의 풍기(風氣)가 사실은 아동살해의 전반적인 배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4. 네온싸인에 가려진 도덕공동화의 그림자
이러한 사회적 풍기는 ‘나’라고 하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손해감이나 모멸감을 힘없는 아동살해를 저지를 수 있는 발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암묵적으로 제공하였다. 베이징 지역에서 발생한 pc방 화재로 중국 대학생 25명이 타죽은 사건은 점원의 복수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이후 중국에서는 8000여개의 pc방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투자한 한국인들의 손실도 막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소 우발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사건 외에도 중국에서는 고의적인 독살사건으로 아동을 비롯한 선량한 시민들이 죽음에 이르는 사건들이 빈번히 발생하였다. 2003년 6월에는 중국 북동부 인촨시에서 100명이 넘은 어린이들이 유치원의 급식을 먹을 후 집단식중독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난징 동쪽 탕샨 마을에서 식품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쥐약이 섞인 음식을 먹고 42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건은 결코 우발적인 사건으로 볼 수 없고 사회풍기의 심각성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5. 날이 갈수록 진화하는 중국의 짝퉁 문화
한때 한국도 짝퉁의 나라로 명성이 높았던 적이 있었다. 외국인들은 이태원 거리를 쇼핑하면서 유명 브랜드의 모조품을 보고 그 가격을 비교하면서 혀를 내두르곤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짝퉁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그 원인인즉, 정부 당국의 단속이 아니라 중국에서 밀려든 중국산 짝퉁에 의해 초토화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짝퉁의 70%는 중국산이라고 한다. 한국산 짝퉁은 중국산 짝퉁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약 1년 내지 2년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중국산 짝퉁의 위력은 대단한 모양이다. 유명 브랜드를 찍어내는 중국의 짝퉁 산업은 이미 싸구려의 티를 벗고 이른바 ‘명품보다 더 세련된’ 짝퉁을 찍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6. 해적판에 맥 못추는 한국소설
김하인의 <국화꽃향기>나 최인호의 <상도>가 중국에서 수백만부 이상 팔렸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중국의 대학생들이 대부분 다 보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한 보도는 결코 오보가 아니라 거의 정확한 사실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중에 절대 다수가 정판 소설이나 정판 DVD가 아니라 해적판이란 사실이다. 한국이 향후 중국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문화산업’ 즉 문화콘텐츠 산업을 꼽고 있다. 그러나 한국상품의 수출이 결코 ‘수익창출’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대장금>이 팔려도 결코 수익으로 연결될 수 없는 것은 이미 <대장금>이 DVD로 암암리에 출간되었다는 현실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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