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 86595
작성일 : 04.07.20 | 조회수 : 6848
제목 : 평점 65점의 유럽연합 헌법 | 글쓴이 : 전략홍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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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셀(Bruxelles)의 역사적 모임이 있은 후 이탈리아의 외무부 장관 프랑코 프라티니는 정치-외교차원의 마지막 협상의 흔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우리의 야심 찬 기대감으로는 적어도 65점의 평점 수준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엇이? 조만간 그 모습을 드러낼 유럽연합의 헌법 말이다. 그러나 큰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것이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유일한 열쇠이다. 프라티니는 국민투표에 의한 최종결정에 찬성한다는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올해 10월이나 11월에 로마에서 그 조인식을 기대하고 있다고 하였다. 프로디(Romano Prodi) 이후에 독일 서기장 게하르트 슈레더(Gerhard Schrder)와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Tony Blair)의 대립상황은 유럽지도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기독교적 근원>
협상의 최종적인 단계에서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연합 헌법과 관련하여 다음의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기본정신으로서의 기독교적 근원, 선거방식에서의 보장조항 제한. 이러한 제안들은 모두 거부되었다. 무엇보다 독일, 프랑스가 여러 회원국들과 함께 다른 안건을 제안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 안건은 경제정책에 관한 것으로 경제적 안정을 위한 협정사항들을 가능한 과격하지 않게 운영하고 적용하자는 내용이었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이탈리아의 수상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다른 국가정상들의 제안으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국가부채 감시에 관한 재무위원회(Consiglio dei ministri finanziari sulla sorveglianza dei deficit)의 권력이 새로운 균형점이 모색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였다.
그럼 다시 '기독교적 근원'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바티칸은 이 제안이 거부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물론 이탈리아도 이에 동조하였다. 왜냐하면 이탈리아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서언에 포함되는 내용들을 바꾸기 위해 끝가지 투쟁 아닌 투쟁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이탈리아가 원한 것은 종교적 상속에 대한 언급 직후에 '특별히 기독교적인(l'eredit religiosa)'을 의미하는 'notamment chrtienne'을 첨가하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와 바티칸의 의도를 좌절시킨 것은 극복 불가능한 세속주의 개념이었다. 벨기에, 프랑스, 필란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이탈리아의 제안이 수용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프랑스 대통령 시락은 격렬한 논쟁을 무릅쓰고 베를루스코니의 개입을 차단하였다. 당시 이탈리아의 수상을 노려보던 프랑스 대통령의 심정은 한마디로 "감사합니다 신부님!"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시락이 정말 이러한 표현을 인용하였다고는 믿지 않는다.
시락 대통령은 프랑스가 이미 오래전에 정부와 교회의 문제를 극복하였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입장에서는 종교적 전통에 대한 역사적 소급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지스카르 데스텡(Giscard d'Estaing)의 과거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투표방식>
논쟁의 중심에 있던 또 다른 사항은 선거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이 안건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유럽의 이해관계를 강조하고 일명 '요한니나의 조항(clausola di Ioannina)'을 삽입하여 결정구조상의 불필요한 기계적 절차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의 국가들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감점하고 결정권을 독점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
어쨌든... 그럼 이 시점에서 유럽연합의 헌법을 위한 투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유일한 대안은 아니지만, 복수투표권도 해결책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로서 만점의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악의 결과도 피할 수 있는 적정선의 의미에서 100점 만점의 65점은 보장받을 수 있다. 머릿속의 최선을 실현시킬 수 없다면 그나마 모든 기대치를 과감하게 떨어내어 모든 입장의 동의를 구할 수는 있는 것이 최선이지 않겠는가 ? 이 경우 로마에서의 협정조인식은 과거 2003년 6월 20일 살로니코의 결정에 따라 보장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과 프랑스은 이탈리아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 이외에도 이탈리아는 다른 많은 회원국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일한 걸림돌이 있다면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수상 자파테로(Zapatero)는 로마를 방문했을 때, 최종조인식은 마드리드가 아니라 로마에서 거행될 것이라고 하였다. 특히 자파테로의 언급은 그의 발언이 자국의회에서 적지 않은 저항을 불러일으킨 만큼 이탈리아로서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
그럼 로마 협정조인식은 언제 열릴 것인가 ? 그 시기는 10월이나 11월로 예상된다.
또한 유럽연합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탈리아에서 실시될 것인가 ? 가능성이 충분하며 이 경우 찬성이 지배적일 것이 분명해 보이며 이 문제가 이탈리아 의회를 한바탕 뒤집어 놓을 것도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탈리아 부통령인 피니(Fini)와 줄리아노 아마토는 이러한 노선에 찬성하고 있다. 물론 헌법승인의 가부에 관한 논의가 의회에 상정되면 보다 구체적인 사실들이 겉으로 드러날 것이다.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도 헌법에 대해 반대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국가는 역시 영국이다. 영국의 국민은 유럽연합이 자국의 참여 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유럽연합의 정치적 기류가 현실정치의 대지보다는 이상의 대지에 비를 내리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의 차기 후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의장직을 놓고 슈레더와 블레어 그리고 사락과 베를루스코니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영국 수상은 독일에서 베르홉스타트(Verhofstadt)의 출마에 적대감마저 드러낸 것이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는 국가와 정부의 수반들이 공감하는 대변인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슈레더는 정당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의장을 선출하는 것에 매우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파텡은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영국, 헝가리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개상황에 따라 회원국들간의 심각한 분열이 예상되고 있다. 어쨌든 슈레더와 블레어의 대립각은 독일, 프랑스 그리고 영국간의 3국 의장체제의 가능성마저 열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행히도 유럽연합 헌법은 투명한 규정을 통해 협력증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러한 구도가 올바른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 그럼 로마노 프로디의 후임자는 누구일까 ? 적어도 다음달 7월에 이스탐불에서 개최될 나토 정상회담이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네덜란드에 의장직의 명예가 낙점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탈리아가 다른 모든 회원?뭇欲?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EU 연구소 대우교수 김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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