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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04.28 | 조회수 : 10054
제목 : 미국의 동성애자 문제 | 글쓴이 : 전략홍보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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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인 한국외대 외국학종합연구센터 교수/미국 뉴멕시코대 역사학 박사
<연방대법원은 소도미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동성애자의 사생활을 보호하였다. 버몬트 주는 동성커플에게 "시민결합"이라는 관계로 실제적인 결혼을 승인하였다. 센프란시스코는 성전환 수술자에게 지원금을 준다.>
지난 3월 26-27 양일간에 걸쳐 한국아메리카학회는 제24차 대학원생 워크셥을 숭실대학교에서 열었다. 주제는 "한국인이 본 미국의 전통적 가치"로서 20명의 대학원생이 발표를 하고 교수들이 토론을 하며 학생들의 학술활동 훈련에 도움을 주었다. 나는 건국대학교 정외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문은영이 발표한 동성애 문제를 토론하였다. 그는 동성애에 관해 신문에 나타나는 기사들을 조사해 본 결과 미국의 자유적 가치는 시대에 따라 새로운 문제의식과 다양한 시각들을 수용하면서 보다 포괄적으로 변형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2-3년 전에 왕산의 학부 강의에서 나는 미국의 동성애 문제를 다루면서 학생들이 조사 발표하도록 이끌었다. 여기에서는 워크셥에서의 발표, 강의시간에 학생들이 조사한 결과에 나 자신이 조사한 자료와 견해들을 보태서 미국에서의 동성애자 문제를 짚어보려 한다.
미국은 청교도적 전통이 있는 나라로서 성문제에 있어서 서구의 다른 나라보다 좀 보수적인 색채가 존재한다. 전통적으로는 거의 모든 주마다 소도미법(Sodomy Act, 비역법이라고도 함)이라는 것이 있어서 구강과 항문의 성적행위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법들로 처벌받은 자들은 아주 이따금씩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존재여부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그 존폐여부가 공개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것의 계기는 1969년도에 있었던 스톤월 폭동에 이어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소위 대대적으로 커밍 아웃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스톤월 폭동은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게이 카페에서 일어났다. 폭동이 일어나기 2-3년 전부터 이 카페에는 게이며 레스비안들이 모여서 음료를 마시고 춤을 추며 그들만의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무사히 이런 일들은 계속되었었다. 그러나 그 카페는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불법 유흥업소였고, 드디어 경찰이 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하루는 카페를 급습하였다. 이에 불안과 흥분이 고조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기물이 던져지고 고함을 치는 난장판이 되어 경찰들은 소란을 일으킨 주모자들을 체포하였다.
이 사건이 있은 후 그 카페는 폐소되었고 게이들은 센프란시스코로 대거 이주하여 그 폭동의 날을 기리며 매년 6월 27일 세계적인 게이축제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후 동성애자의 인권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비화하였다. 이에 따라 여러 주에서 일어난 재판과 대법원의 판례는 전국적 시선을 끌고 동성애자의 권익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리면서 정치권으로 비화되었다.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게이라이츠 문제는 인권문제의 커다란 테두리 안에 포함되었고 선거에서 상당한 투표를 좌우하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하였다. 이에 따라 동성애 문제는 낙태, 학교 기도시간, 총기단속, 그리고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대한 문제 등과 더불어, 선거 시에 출마자들이 이에 대해 확실한 입지를 들어낼 것을 압박해 가면서 복잡한 정치켐페인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여기에서는 간단하게나마 몇 가지 획을 그은 사건들에 대해서 살펴본다.
Browers v. Hardwick 는 1986년에 연방 대법원은 조지아 주의 소도미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1982년 애틀란타 경찰은 마약복용 혐의에 대한 영장을 송달하기 위해 하드윅의 집을 급습하여 그가 다른 남자와 구강성관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하드위크는 조지아 주의 소도미법으로 기소되었다. 동성애 운동가들은 이에 소도미법이 사생활의 침해라고 주장하며 연방 대밥원에 상고했으나 패소했다.
2003년에 완결된 Lawrence and Garner v. Texas에서는 대법원이 앞의 하드윅 케이스의 판례를 번복하며, 텍사스의 소도미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경찰이 한 무장괴한이 로렌스와 가너의 아파트 내에 들어왔다는 오보를 받고 그들의 아파트를 급습한 결과, 동성애적 성행위를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목격했다. 이에 그들은 체포되어 24시간 구금을 당했다. 텍사스는 이런 행위를 경범죄로 취급하여 최대한 500달러의 벌금형을 부과하였다. 당시 이런 소도미법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하던 주는 18개 주에 이르렀고, 그중 5개 주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나서 동성애자들은 위협받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동성애자들도 다른 사회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동등하게 사생활을 존중받고 보호받을 법적 권리가 있으며 주(州)는 그들의 사적인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제 소도미법의 위력은 미국에서 제압되었다.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점진적 사회적 변화의 추이를 이두 법정 판결의 중간지점을 차지하는 Romer v. Evans 에서도 읽을 수 있다. 1992년 콜로라도는 주민투표에서 53.4퍼센트로 주 헌법의 수정조항 2조를 통과시켰는데, 그것은 그 주의 어떠한 시나 군 등의 지역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에게는 소수민족이나 여성에게 주어지는 우대조치와 법적인 보호를 주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콜로라도 주의 결정을 대법원은 1995년에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위헌이라고 판결내림으로써 변화의 기틀이 마련되었었다. 1990년대에는 오리건 주에서도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한 주민발의가 시도되었으나 중도에 무산되었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문제는 동성애자의 결혼 문제일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는 주민발의 22조에 의거하여 동성 사이의 결혼을 불법화하자는 운동을 일으켰으나 중도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이에 이어 버몬트 주에서는 1999년에 대법원이 동성애자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면서 최초의 동성애자 부부가 탄생했으며, 2000년에 주 의회는 동성애 커플에게 "결혼"이라는 어휘 대신에 "시민결합" (Civil Union)이라는 관계를 적용하여, 그들이 이성간의 결혼에서 부여받는 모든 권리, 즉 연금, 보험, 유산상속 등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미국의 종교권도 동성애자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가톨릭교에서는 물론이고 장로교와 감리교도 분열된 양상을 보이는데, 감리교는 저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의 결혼과 성직수행을 금지하는 반면, 장로교는 뉴저지 지역에서는 동성애자도 성직자가 될 수 있으며, 동성간의 언약식도 거행이 가능한 반면, 캘리포니아의 샌호킨 지역에서는 그런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 분열양상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도 동성애 문제는 정치가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다. 게이가 많은 샌프란시스코 시청은 성전환 수술을 하는 시공무원에게 50,000달러 이하로, 홀몬치로, 자궁 적출술, 인공수정, 심리치료 등을 재정지원해주고 있다. 한편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대에는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자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졌다. 이에 대해 "묻지마, 말하지마"(Don't ask, don't tell)의 원칙이 세워졌는데, 이것은 군 입대자에게 성적 선호도를 묻지 말 것이며, 그 대신 입대 후에 자신의 성적 입장에 대해 공공연하게 발설하거나 행동하면 퇴역 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로써 동성애자의 권리는 신장된 것 같으나 워낙 애매한 규칙으로 많은 문제점이 따른다. 부시는 1994년 택사스 주지사 출마 시에 소도미 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었고, 동성애자 커플의 양자 입양 금지 법안을 지지했다. 그러나 대통령 재임 시에 "묻지마, 말하지마" 규정을 준수한다고 밝히고, 에이즈 정책실장에 게이를 임명함으로서 주지사 시절 동성애자에 대하여 강경하던 그의 입장을 조금 완화했다. 그리고 약 25퍼센트의 동성애자들이 지난 대선에서 부시를 지지하였고, 많은 공화당 의원도 동성애자 고용차별금지와 날로 증가하는 증오범죄(동성애나 인종을 이유로 저지르는 범법행위) 규제 법안에 찬성함으로써 동성애자 문제를 놓고 민주와 공화 양당으로 흑백을 단순히 가리기는 애매한 점이 있다. 현재의 대선 캠페인에서는 동성애자의 문제는 이라크에 대한 외교문제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는 않음으로써 이는 동성애자들의 권익수호의 큰 기회를 뺏고 있는 결과를 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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